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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단지에 가면 정말 책만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이곳을 자전거로도 가보고, 아이들 손잡고 차를 타고도 여러 번 다녀왔는데요. 일반적으로 파주 출판단지라고 하면 책 좀 읽는 사람들만 찾는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이곳은 산책로, 카페, 전시공간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지혜의 숲과 활판인 쇠박물관,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묶어서 돌아보면 책이라는 주제 하나로 역사부터 현대 건축까지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코스가 완성됩니다.

활판인쇄박물관 20만 권의 책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에 위치하고 있으며,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주차요금이 시간당 2,000원 정도 나옵니다. 저는 처음 이곳에 갔을 때 주차장이 협소해서 근처 공터에 주차하고 걸어 들어갔는데, 주말에는 길가에 차를 세우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천장 높이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초대형 서가가 시야를 압도했습니다. 이곳은 총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요. 제1 구역은 학자와 지식인, 전문가가 기증한 도서, 제2 구역은 출판사 기증 도서, 제3 구역은 유통사와 박물관, 미술관에서 기증한 도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기증 도서'란 개인이나 기관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책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누군가의 서재가 고스란히 이곳으로 옮겨온 셈입니다. 이곳에서는 신기하게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반면 둘째와 막내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도 바닥에 앉아 책을 보던 아이들인지라, 지혜의 숲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더군요. 공간 중앙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카페에서 산 음료를 옆에 두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비칠 때 책장 사이로 걷는 기분은, 솔직히 말해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북 갤러리에 가까웠습니다. 구석구석 빈 공간을 활용해 작은 전시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저는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 읽다가 눈이 피로할 때 잠시 그림을 보며 쉴 수 있다는 점이 배려처럼 느껴졌거든요. 또한 신간 코너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을 따로 큐레이션 해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활판인쇄박물관은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활자의 숲 건물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인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는 휴게시간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4,000원이고, 체험 프로그램은 별도 요금이 부과됩니다. 이곳에서는 활판인쇄(活版印刷)의 역사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활판인쇄란 금속이나 나무로 만든 활자를 조판하여 종이에 찍어내는 인쇄 방식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지금의 디지털 인쇄 이전 시대에 책을 만들던 전통 방식입니다. 박물관 입구에는 오래된 목활자부터 정교하게 새겨진 금속 활자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고, 저는 그 묵직한 무게를 손으로 직접 느끼며 지식이 이렇게 무거운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인쇄소였던 보성사를 재현한 곳이었습니다. 보성사는 3·1 독립선언문을 인쇄한 후 불태워진 역사적 장소인데, KBS 다큐멘터리팀이 촬영을 위해 복원했다고 합니다. 난로 위에 놓인 도시락통, 벽에 걸린 공구들, 그리고 활자를 하나하나 집어넣던 선조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업대까지,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의 땀과 의지가 배어 있는 공간처럼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인쇄 체험을 하는 가족들도 여럿 보였는데요. 활자를 손에 쥐고 종이에 직접 찍어보는 경험은 디지털 세대 아이들에게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려주는 살아있는 교육이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에 위치한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관람료는 성인 10,000원, 중·고등학생 8,000원, 초등학생 5,000원입니다. 저는 지혜의 숲에서 책을 읽고 활판인쇄박물관에서 역사를 배운 뒤, 이곳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며 하루 코스를 마무리했습니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건축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곳입니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한 이 건물은 미니멀리즘(Minimalism)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하고 공간의 본질에 집중하는 디자인 철학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건물 외벽은 하얀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고, 창문은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저는 건축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건물을 보는 순간 왜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거든요. 내부로 들어서면 1층에는 북카페와 전시 공간이 있고, 2층에는 작은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창가 자리에 앉아 한참을 쉬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주 출판단지의 풍경, 그리고 책과 건축이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습니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역시 책과 연결된 공간입니다. 1층 서가에는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발행한 다양한 인문학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고,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지혜의 숲, 활판인쇄박물관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책을 만났습니다. 지혜의 숲이 책의 숲이었다면, 활판인쇄박물관은 책의 역사였고,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책과 함께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세 곳을 하루에 묶어서 돌아보면 다음과 같은 코스가 완성됩니다.
- 오전: 지혜의 숲에서 20만 권의 책 사이를 거닐며 독서와 사색
- 오후 초반: 활판인쇄박물관에서 인쇄의 역사와 독립운동의 발자취 체험
- 오후 후반: 미메시스아트뮤지엄에서 건축과 예술을 감상하며 휴식
주말나들이 데이트
저는 개인적으로 봄과 가을에 이 코스를 추천합니다. 파주 출판단지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을 보며 걷기에 정말 좋습니다. 저처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일반적으로 파주 출판단지는 책 좀 읽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가도, 연인과 데이트를 해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공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책은 좋아해서 교보문고에서 바닥에 앉아 책을 보곤 했는데, 파주 출판단지가 생긴 뒤로는 자유로를 달려 이곳으로 향하는 것이 주말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책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합니다. 책을 읽으며 배움을 얻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고, 책과 함께 쉬는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한 곳에서 가능한 곳은 흔치 않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파주 출판단지는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 건축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저는 이곳을 자전거로 힘들게 달려갈 때도, 차를 타고 편하게 갈 때도, 결국 같은 목적지에서 같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종이 위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가 주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파주로 떠나보시길 권합니다. 책 읽는 것도 좋지만, 저처럼 그냥 걷고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