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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주말,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에 철원 한탄강을 찾았습니다. 사실 처음엔 자전거 라이딩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주변에서 만류하는 바람에 자가용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오랜 세월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와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다만 계단이 생각보다 많아서 편안하게 풍경만 즐기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주상절리와 잔도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순담매표소에서 드르니매표소까지 약 3.6km에 걸쳐 조성된 트레킹 코스입니다. 여기서 주상절리란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수직으로 갈라진 암석 구조를 의미합니다. 마치 거대한 기둥들이 절벽을 따라 늘어선 듯한 모습이 장관입니다(출처: 문화재청). 입장료는 대인 10,000원인데 절반인 5,000원을 상품권으로 돌려받습니다. 저는 나올 때 그 상품권으로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구입했습니다. 소인은 4,000원이고 역시 절반을 상품권으로 받습니다. 운영시간은 하절기 기준 09:00~16:00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무입니다. 주말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어 편도 코스로도 이용 가능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 위로 발을 내딛자마자 절벽과 강물, 붉게 물든 단풍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평일에 방문했는데 주차장이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당시엔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완공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잔도는 절벽 중간에 설치된 좁은 통로를 뜻하는데, 이곳은 벼랑 옆으로 아슬하게 이어져 있어 처음엔 다리가 조금 떨렸습니다. 걷는 내내 발아래로 쪽빛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바위틈 사이로 뿌리를 내린 나무들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투명한 바닥 구간이 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아래를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걸으면 됩니다. 저도 그 부분에서는 시선을 고정하고 지나갔습니다. 철원 한탄강 일대는 약 54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 지역의 주상절리는 현무암 용암이 냉각되며 형성된 것으로, 지질학 교육의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합니다.

 

단풍이 물든 가을 명소 주상절리길
단풍이 물든 가을 명소 주상절리길

가을 여행의 단풍 명소

솔직히 이곳을 직접 걸어보니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잔도는 절벽 중간에 거의 수평으로 설치되는데, 한탄강 잔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꽤 심했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잔도들도 기암절벽을 따라가지만 경사가 완만한 편인데, 이곳은 계단 구간이 많아서 풍경을 즐기기보다 발밑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트레킹 중간에 계단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린이와 노약자들을 여럿 봤고, 중간에 되돌아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평소 등산을 즐기는 편이라 큰 무리는 없었지만, 제 경험상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사를 좀 더 완만하게 설계했다면 관광객들이 훨씬 편안하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화장실 문제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이 한 곳 있긴 한데 워낙 사람이 많아서 줄이 길었습니다. 저는 결국 포기하고 끝까지 걸어서 드르니매표소에서 해결했습니다. 안내판도 좀 부실한 편이어서 화장실 위치를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풍경만큼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이 층층이 어우러진 단풍과 기암괴석의 조화는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본 협곡의 모습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간혹 다람쥐도 볼 수 있었고,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구간에서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소요시간은 여유 있게 걸어서 약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사진 찍느라 시간이 더 걸렸는데, 어디서 찍어도 인생샷이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평일 오전 일찍 도착하면 한적하게 즐길 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주변 관광지로는 다음과 같은 곳들이 있습니다.

  • 직탕폭포: 한탄강의 대표적인 폭포로 시원한 물줄기가 인상적입니다
  • 고석정: 기암괴석과 정자가 어우러진 명승지로 한국전쟁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 소이산 모노레일: 편안하게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 시설입니다
  • 명성산 억새풀: 가을에는 억새밭이 장관을 이룹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드르니매표소에는 택시가 대기하고 있어서 돌아갈 때도 걱정 없습니다. 계단과 경사 때문에 체력 소모가 있지만, 그만큼 자연이 주는 감동도 컸습니다. 물은 넉넉히 준비하고, 간단한 간식 정도만 챙기는 게 좋습니다. 제 경험상 짐이 가벼울수록 트레킹이 훨씬 수월합니다. 특히 카메라나 스마트폰 배터리는 충분히 충전해 가세요. 풍경이 워낙 좋아서 사진을 많이 찍게 됩니다. 단풍 시즌인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다만 이 시기엔 사람이 많아서 평일 방문을 권합니다. 저처럼 조금만 일찍 서둘러 가면 한적하게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오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을 좋아하고 트레킹을 즐기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산도 좋고 강도 좋아하는 저에게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근처에서 차박하며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 누구와 함께 가도 좋은 힐링 여행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를 직접 보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강력 추천드립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jokjcj/224060800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