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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이 아닌 날 전통시장에 가면 뭐가 남을까요? 저는 원통전통시장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장날의 북적임 대신 조용한 골목이 주는 정겨움, 그리고 시장 한편에서 만난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이 여행의 온도를 완전히 바꿔놓았거든요. 강원도 인제의 원통전통시장은 1956년부터 이어진 70년 전통의 오일장으로, 매월 2일과 7일(12·17·22·27일 포함)에 장이 섭니다. 저는 장날이 아닌 평일에 들렀는데, 이상하게도 그 조용함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인제전통시장 사진
인제전통시장

70년 오일장 정겨움

원통전통시장은 인제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traditional market)입니다. 여기서 재래시장이란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지역 주민과 상인이 직접 만나 물건을 사고파는 전통적인 유통 구조를 말합니다. 이런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장날에는 좌판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지역 주민과 여행객들로 북적인다고 하는데, 저는 아쉽게도 그 풍경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장날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조용한 시장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슨해졌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소박한 가게들,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이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더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북적임 속에서는 보지 못했을 작은 풍경들 가게 앞에 놓인 화분, 골목 모퉁이에 쌓인 빈 박스, 문 닫은 상점의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제는 산과 계곡이 많은 지역답게 장날이면 산채류(wild vegetables)가 좌판을 가득 채운다고 합니다. 산채류란 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물과 버섯을 통칭하는 말로, 인공재배 채소보다 향이 진하고 영양가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봄이면 곰취·두릅·참나물·명이나물 같은 산나물이, 가을엔 능이·송이·표고 같은 버섯이 등장한다고 해요. 여기에 인제 황태, 오미자, 한우 같은 특산물도 유명하고요. 상상만 해도 시장 특유의 향과 색이 그려져서 "다음엔 꼭 장날에 맞춰 와야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강원도 산간 지역의 오일장은 지역 경제의 핵심 유통망이자 주민 교류의 장으로 기능해 왔습니다(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특히 원통전통시장처럼 7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곳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달달팥당 시장의 온기

사실 저는 떡볶이 시장에 가면 분식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장 근처에서 발견한 '달달팥당'에 바로 들어갔어요. 매장이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매장 안에 있어 편했습니다. 이런 게 은근히 신뢰로 이어지잖아요. 메뉴판을 보니 팥죽, 호두과자, 팥빙수, 팥 쉐이크부터 떡볶이, 어묵, 따뜻한 차와 시원한 음료까지 다양했습니다. 인제 오미자가 유명한데 오미자차가 있는 것도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참 착했습니다. 떡볶이 1인분 3,000원, 어묵 1개 700원(3개 2,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고마운 수준이죠. 저는 떡볶이와 어묵 3개, 그리고 팥죽을 주문했습니다. 어묵 비주얼을 보는 순간 이미 반은 먹은 기분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퉁퉁 불어 있었거든요. 어묵은 불어야 국물이 배고 식감도 좋습니다. 떡볶이는 약간 가루 수프 넣은 맛이었어요. 저는 꾸덕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 제 취향과는 살짝 달랐지만, 그래도 쏘쏘 하게 맛있었습니다. 시장 근처에서 이런 '분식 한 끼' 먹는 순간 자체가 여행의 재미니 까요. 어묵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습니다. 팥죽은 원래 포장하려고 했는데, "조금 덜어먹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릇을 따로 챙겨주셨어요. 마침 큰딸도 합류해서 같이 먹었는데, 나눠 먹고도 넉넉히 남아 다음 날까지 먹을 정도였습니다. 소금과 설탕도 함께 주셔서 취향대로 간을 맞출 수 있었어요. 저랑 큰딸은 설탕 파라 탕탕 넣었더니 딱 할머니가 끓여준 팥죽 같은 맛이 났습니다. 새알심까지 있어서 식감도 좋았습니다. 전통시장 내 또는 인근의 소규모 음식점은 지역 특산물 소비 촉진과 전통 식문화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달달팥당처럼 팥죽·떡볶이 같은 서민 간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곳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 공간이자 정서적 위안을 주는 장소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원통전통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장날의 풍경이 아니라 달달팥당에서 먹은 팥죽이었습니다. 조용한 시장 골목을 걷다가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앉아 있을 때, "여행은 이런 순간을 위해 하는 거구나" 싶었거든요. 장날에 맞춰 다시 오면 좌판 가득한 산나물과 버섯, 그리고 시장표 간식까지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겠지만, 장날이 아닌 날의 조용한 매력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원통전통시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다음 사항을 참고하세요.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원통로 163 일대
  •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점포별 상이)
  • 오일장 일정: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 주차: 시장 인근 타워형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시장 입구 갓길 주차도 가능하나 점심시간 외 단속 주의)

다음엔 꼭 장날에 맞춰 다시 와서 좌판 가득한 산나물과 버섯, 그리고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활기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조용한 날에 찾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인제 여행에서 "사람 냄새나는 곳"을 찾는다면 원통전통시장, 그리고 달달팥당 한 번쯤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작은 호기심이 의외로 큰 만족으로 돌아오는 곳이었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cgy-5119/224166030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