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솔직히 목련을 볼 때마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벚꽃처럼 화려하게 환영받지 못하고, 떨어질 때는 "저거 언제 치우냐"는 소리까지 듣는 꽃이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년 봄이 오면 용산공원으로 목련을 보러 가게 됩니다. 올해 3월 26일 기준으로 용산공원 부분개방부지의 목련은 70~80% 정도 개화했는데, 비 온 뒤 맑은 하늘 아래에서 본 목련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목련 개화시기
개화시기는 보통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입니다. 하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 매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만개 시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출처: 국립수목원). 여기서 개화시기란 꽃봉오리가 터져서 꽃잎이 완전히 펼쳐지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목련은 특히 일교차가 큰 날씨에 빠르게 피어납니다. 제가 방문한 3월 26일에는 일부 나무는 이미 만개 상태였고, 일부는 아직 봉오리 상태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7~80% 정도 개화한 느낌이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볼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솔직히 100% 만개보다는 이렇게 봉오리와 활짝 핀 꽃이 섞여 있을 때가 오히려 더 운치 있어 보였습니다. 목련은 벚꽃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핍니다. 용벚꽃은 제가 방문했을 때 아직 몽우리도 보이지 않았으니, 4월 초는 지나야 예쁠 것 같습니다. 만약 목련과 벚꽃을 모두 보고 싶다면 3월 마지막 주나 4월 첫째 주에 방문하시는 게 좋습니다. 목련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날씨도 중요합니다. 저는 비 온 다음 날 맑은 하늘일 때 갔는데, 햇빛이 목련 꽃잎을 비추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오후 4~5시쯤 해가 넘어갈 때 목련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은 꼭 카메라에 담으시길 추천합니다. 목련의 또 다른 매력은 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었다는 점입니다. 미군장교 숙소로 사용되던 시절부터 자란 나무들이라 크기도 크고 가지도 풍성합니다. 일반적으로 목련 나무는 15m 이상 자라는데(출처: 산림청), 목련들은 대부분 10m가 넘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큰 목련 나무를 도심에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원 포토죤
공원 부분개방부지는 전체적으로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목련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어서 어디를 가도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은 베스트 포토스폿 세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5515번 건물 앞입니다. 입구로 들어와서 주차장 뒤편으로 걸으면 바로 나오는 곳이라 찾기 쉽습니다. 이곳은 붉은 담벼락이 있어서 목련과 대비되는 색감이 사진에 잘 담깁니다. 처음 개방했을 때부터 인생샷 유명했던 곳인데, 나무 가지가 위쪽으로 많이 뻗어 있어서 어른들 사진 찍기에 특히 좋습니다. 저는 여기서 아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꽃이 너무 높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는 놀이터 앞 목련입니다. 제가 방문한 시점에 가장 예쁘게 만개한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특히 해가 들어올 때 목련이 정말 화려하게 빛났는데, 오후 4~5시쯤 넘어가는 해가 목련을 비추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곳이 제가 용산공원을 서울 최고의 목련 명소로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엄마는 그 옆에서 목련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요. 놀이터 앞 목련 촬영 팁을 하나 드리자면, 건물 앞에서 찍어도 예쁘지만 아이가 그네 타는 모습이나 벤치에 앉아 간식 먹는 모습을 함께 담으면 훨씬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사진이 나옵니다. 저는 아이랑 둘이서 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생샷을 못 찍은 게 아쉬웠습니다. 세 번째는 오손도손 오픈하우스 앞입니다. 하우스 바로 앞쪽 목련도 예쁘고, 광장 맞은편의 목련도 예뻤습니다. 여기서는 옆 건물 계단 위나 건물 앞 흔들의자에 앉아서 붉은 벽돌과 함께 담으면 이국적인 분위기가 납니다. 만약 남편이랑 같이 갔다면 오손도손 오픈하우스 2층으로 올라가서 창문에서 내려다보며 찍었을 텐데, 아이랑 둘이라 그건 포기했습니다. 그 외에도 누리방(카페) 앞 용산 조형물이 있는 잔디광장의 목련도 예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잔디양생 중이라 사진은 제대로 못 찍었지만, 목련이 아래쪽으로 가지가 뻗어 있어서 향을 맡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늘 목련 향이 궁금했다고 했는데, 드디어 여기서 코를 박고 킁킁거렸습니다. 제가 소개한 장소들의 목련은 거의 만개 상태였지만, 건물 사이사이 아직 봉오리 상태인 목련들도 많았으니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까지는 충분히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나들이
이곳 처음 개방했을 때는 사실 아이와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기 애매했습니다. 사진 찍기는 좋은데 아이가 놀 거리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어린이 놀이터, 실내 놀이공간, 어린이 도서관까지 오픈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놀이터는 봄이면 목련과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둘러싸고 있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 같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들까지 더해지니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아이는 그네 타고 미끄럼틀 타면서 신나고, 엄마 아빠는 그 모습을 예쁜 배경과 함께 사진에 담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실내 놀이공간도 잘 되어 있습니다. 정글짐과 트램펄린, 커다란 볼풀이 있고 유아 전용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창밖으로 목련이 보이는 카페 공간에는 편백나무존도 있어서 아이와 잠깐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저는 이번에 시간이 없어서 어린이도서관은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소장 도서가 많고 특히 원서가 많다고 해서 다음에 꼭 가보려고 합니다. 부분개방부지의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입니다. 어린이도서관과 라운지 같은 실내 공간은 오후 5시에 운영이 종료되니 참고하세요.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주차는 교통약자를 위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따로 없습니다. 저는 항상 용산가족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10분에 300원으로 요금도 저렴하고 도보로 7분 거리라 괜찮습니다. 게다가 봄에 벚꽃 명소로 정말 예쁘니 함께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 단, 주말에는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서빙고역에서 도보 3분 거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교통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내부에는 카페가 운영되지 않지만 정수기는 입구 쪽에 있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가셔도 좋습니다. 야외 테이블이 많으니 목련 아래에서 간식을 먹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쓰레기는 꼭 잘 챙겨주세요. 저는 목련을 볼 때마다 제 인생과 겹쳐 보곤 합니다. 나뭇잎도 없이 꽃만 화려하게 피는 목련은, 땅에 떨어지면 모두들 "저걸 언제 치우냐"라고 한 마디씩 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곤 하죠. 그런데 목련은 또다시 봄이 오면 꿋꿋하게 피어납니다. 오뚝이처럼요. 저도 힘들고 지치는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 시기만 잘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봄이 왔고, 목련은 피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떨어지면서 욕도 먹겠지만, 꽃잎이 떨어지면서 한마디 하겠죠. "그래도 내 우아함은 따라오지 못할 거야, 푸하하!" 목련을 보면서, 저도 목련처럼 다시 한번 힘을 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