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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은 어린이만 좋아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어른 다섯 명이 나란히 수조 앞에 서서 입을 벌리고 멍하니 보고 있었습니다. 순천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던 중 즉흥적으로 들른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 생긴 일입니다.

해양생물 관람 경험
도착하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규모였습니다. 일반적인 수족관 이미지로 갔다가는 입구에서부터 당황할 수 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총 전시 수조 용량은 약 10,000톤 규모로, 국내 최대 수준의 해양 생태 전시 시설 중 하나입니다(출처: 아쿠아플라넷 여수 공식 사이트). 여기서 전시 수조 용량이란 생물이 생활하는 물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수치가 클수록 더 큰 생물도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수달이었습니다. 아쿠아리스트가 먹이를 건네자 앞발로 받아 드는 수달의 모습을 2미터 앞에서 지켜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볼 줄은 몰랐거든요. 여기서 아쿠아리스(Aquarist)란 수족관에서 해양 생물의 건강 관리, 먹이 급여, 수질 유지 등을 담당하는 전문 사육사를 말합니다. 단순히 물고기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각 생물의 행동 특성과 생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직종입니다. 오픈형 수조에는 아기 거북이부터 성인도 안기 힘든 크기의 대형 거북이까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수조 가장자리로 다가가니 거북이들이 먼저 헤엄쳐 오는데, 그 순간 옆에 있던 일행이 "얘들이 우리를 구경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 경험상 가장 감동적이었던 공간은 아쿠아포레스트존이었습니다. 아마존을 콘셉트로 한 수조와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공간인데, 전체 조명을 낮추고 영상을 함께 상영해서 어두운 환경에서 수조 속 생물들이 훨씬 선명하게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미디어아트(Media Art)란 디지털 기술과 시각 예술을 결합한 장르로, 단순 영상 상영과 달리 관람객의 공간 경험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아쿠아리움 안에 이런 감각적인 연출 공간이 있다는 건 방문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홀로그램 공연
공연 시작 10분 전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미 메인 수조 앞은 꽤 많은 인원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코엑스나 부산 아쿠아리움에서도 타이밍이 안 맞아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터라,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렀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메인 수조 앞 대형 투명 스크린에 홀로그램 영상이 펼쳐지면서 수중 퍼포머들과 동기화된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Holographic Display)란 빛의 회절과 간섭 현상을 이용해 3차원적인 영상을 공간에 투사하는 기술로, 스크린 없이도 입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 영상 장치와 다릅니다. 실제로 공연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수조 속 퍼포머이고, 어디서부터 홀로그램 영상인지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지점이 가장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아이돌 콘셉트의 안무와 음악이 수중 퍼포머의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걸 아이들만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공연이 시작된 지 30초 만에 바뀌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오션라이프 만찬 피딩쇼가 이어지는데, 대형 가오리가 먹이를 먹는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관람 가능한 주요 프로그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중 홀로그램 아이돌 퍼포먼스 (메인 수조)
- 오션라이프 만찬 피딩쇼 (대형 가오리 먹이 시간)
- 벨루가 메디컬 공연
- 수달형제 공연
- 투명보트 탑승 및 거북이 먹이 주기 체험
주말에는 공연 간 대기 인원이 많으니, 입장 후 프로그램 시간표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것이 공연을 가장 여유 있게 챙길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4월부터 모네 전시
3월 3일부터 4월 2일까지는 신규 전시 리뉴얼 공사로 인해 입장료가 정상가 대비 약 28% 할인된 특별 가격으로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4월 3일부터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레플리카 작품과 미디어아트 체험으로 구성된 '클로드 모네, 빛의 순간들' 전시가 오픈됩니다. 여기서 레플리카(Replica)란 원본 작품을 고해상도 기술로 복제한 것으로, 실제 원화를 직접 전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작품의 세부 묘사와 색감을 가깝게 구현한 복제본을 말합니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작품이 아쿠아리움 특유의 수중 감성 공간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포스터만 봐도 기대가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복합 문화 시설의 방문 만족도는 단순 전시형 공간보다 체험·공연 요소가 결합된 경우 현저히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여수 아쿠아플라넷은 아쿠아리움, 공연, 미디어아트, 체험이 한 공간에 묶인 구조라는 점에서 이 분석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저희가 아무 정보 없이 들어가서도 2시간 넘게 머물렀다는 사실이 그걸 방증합니다. 방문 전에 챙기면 좋은 실용 정보도 있습니다. 저희는 사전 준비 없이 갔다가 할인 혜택을 전혀 못 받았는데, 지역주민 할인, 봄맞이 가족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수시로 운영되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차는 아쿠아플라넷과 직접 연결된 전용 주차장이 없고,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건물 옆 주차 공간은 직원 전용이니 처음부터 공영주차장을 목적지로 설정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여수 여행에서 실내 관광지를 하나 정도 넣고 싶다면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충분히 선택지가 됩니다. 날씨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고, 공연 시간표만 미리 확인해 두면 2~3시간 안에 알차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봄 여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4월 이후 모네 전시가 열리는 시점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