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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가을 설악산 단풍을 보러 갔다가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꼭 등산을 해야만 설악산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양양 오색약수에서 인제 필례온천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차를 몰다 보니, 창밖으로 펼쳐지는 단풍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체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설악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설악산 단풍

온정쉼터에서 가을 설악산

오색약수터를 출발해 한참을 달리다 보면 온정쉼터라는 작은 휴게 공간이 나타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주차면이 보여서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여기서 사진 안 남기면 정말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악산국립공원 내에서도 고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서 고도란 해발 높이를 의미하는데, 같은 산이라도 높이에 따라 단풍이 드는 시기가 다릅니다. 저지대보다 고지대가 먼저 물들기 때문에, 온정쉼터에 도착하면 이미 알록달록하게 무르익은 단풍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을 때도 오색약수터 주변보다 훨씬 더 선명한 가을빛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화장실은 없지만 벤치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특히 정자 쪽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능선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단풍의 색을 제대로 담고 싶다면 벤치에 앉아서 배경으로 산을 두고 촬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도로 방향으로 능선과 함께 상반신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악산 드라이브의 첫 번째 포토 사진 찍는 곳 손색이 없습니다. 강원도 단풍 명소를 찾는 분들에게 이곳은 꼭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흘림골 탐방로

쉼터를 지나 조금 더 주행하다 보면 흘림골탐방지원센터 근처에 또 하나의 쉼터가 나타납니다. 바로 졸음쉼터입니다. 이름이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데, 네이버 지도에는 정식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장소입니다. 졸음쉼터의 주소는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 1-56입니다. 흘림골 6교를 지나 5교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차를 세우고 설악산의 웅장한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탐방로를 직접 걷지 않아도 이 정도로 설악산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니 말이죠. 특히 제가 방문한 10월 19일 기준으로 이 구간의 단풍은 절정에 이른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절정이란 단풍의 색이 가장 선명하고 나뭇잎이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산행을 하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에서 내려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탐방로는 설악산 내에서도 예약이 필요한 특별관리구역입니다. 여기서 특별관리구역이란 자연보호를 위해 방문 인원을 제한하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이곳은 곰배골이 여기에 해당하며,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 코스로는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용소폭포 삼거리로 이어지는 편도 약 7km 구간으로, 평균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들머리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자차로 방문할 경우 오색약수터 주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택시비는 편도 15,000원 정도입니다. 저는 산행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졸음쉼터에서만 풍경을 감상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만약 산행을 계획 중이라면 교통이 덜 혼잡한 이곳에서 택시를 하차해 탐방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등산코스의 주요 구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
  • 여심폭포, 등선대, 등선폭포를 거쳐
  • 십이폭포와 주전골을 지나
  • 용소폭포, 금강문을 통과해 오색약수 주차장으로 복귀

전체 거리는 약 7km이며,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입니다.

게르마늄 온천의 필레약수터

설악산 드라이브 코스의 마지막 구간은 인제 필례약수터입니다. 이곳은 다른 설악산 여행지에 비해 단풍이 늦게 드는 편이라, 11월 초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10월에 다녀왔기 때문에 단풍 터널길은 아직 물이 거의 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주변 활엽수들은 이미 곱게 물들어 있어서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필례약수는 1930년에 발견된 탄산약수입니다. 여기서 탄산약수란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지하수를 의미합니다. 한때는 음용수로 인기가 높았으나, 현재는 수질 저하로 마실 수는 없습니다. 대신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캠핑장과 온천이 있어 가을 여행지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온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르마늄이란 피부 건강과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미네랄 성분입니다. 이곳은 남녀 노천 온천탕이 각각 구분되어 있으며,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일반 탕 형태입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뒤편에 자작나무 숲이 있어 분위기가 좋습니다. 영업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평일 및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금요일 및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저는 드라이브 위주의 일정이라 온천까지는 이용하지 않았지만, 산행 후 피로를 풀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캠핑을 하러 온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았고, 온천을 이용하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필례약수터 주변은 11월 초까지도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설악산의 단풍 시즌이 끝나갈 무렵 찾아가기에 적합합니다. 제가 다녀온 경험으로 봤을 때, 설악산 중턱 이상은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루고, 오색약수터와 필례약수터 주변은 그보다 2주 정도 늦게 물듭니다. 따라서 일정을 계획할 때 이 점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속초, 양양, 고성, 인제에 걸쳐 있을 만큼 넓고, 외설악·내설악·남설악·북설악으로 나뉠 정도로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 같은 설악산이라도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한 양양 오색약수에서 인제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등산 없이도 설악산의 가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루트입니다. 체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여행 방법입니다. 다음 가을에는 저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으며 설악산을 다시 찾아보고 싶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iloveknp/223463119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