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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가 백담사로 향하는 7km 구간의 보·차도(步·車道) 분리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이제 차량 위협 없이 백담계곡의 비경을 걸으며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도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드디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겠구나' 싶어 반가웠습니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차분한 산속 공기와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잠시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보차도 분리로 안전

과거 이곳으로 가는 길은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어 위험천만했습니다. 등산객들은 좁은 산길을 운행하는 차량의 위협과 매연을 감수하며 위태롭게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초 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가 보·차도 분리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보·차도 분리란 보행자 전용 통로와 차량 통행로를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보행자는 차량 걱정 없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차량은 원활하게 통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본 이 길은 계곡을 왼쪽에 두고 이어지는 7km 구간으로, 보도를 내기 어려운 좁은 협곡 한 곳에는 철제 다리를 매달아 걷는 길을 냈습니다. 솔직히 화려한 조형미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냥 차로에 경계를 놓아 구분한 평범한 보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소박함이 오히려 자연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이번 공사로 연간 약 50만 명의 탐방객이 더 안전하게 절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특히 단풍 시즌인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하루 평균 4,000명 이상이 이 길을 찾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셔틀버스를 타고 휙 지나쳐야 했던 백담계곡의 경관을 걸으면서 찬찬히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셔틀버스 실전 팁

버스로 이용해서 가려면 강원 인제군 용대리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버스는 15분 만에 7km를 주파하는데, 걸으면 꼬박 2시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이 승차권 구매 방식입니다. 왕복권을 한 번에 끊는 줄 알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올라갈 때 편도권 한 번, 내려올 때 백담사 정류장에서 편도권 한 번, 이렇게 따로 끊어야 합니다. 저도 미리 이 정보를 알게 된 덕분에 헤매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승차권은 오전 9시 23분쯤 끊었고, 버스는 정확히 9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젊은 사람은 저희 둘 뿐이어서 괜히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양쪽으로 차량이 교행 하는 좁은 길목과 커브가 많은 산길이 이어졌습니다. 기사님이 아주 느리게 가시는 편은 아니어서 꺾이는 길을 돌 때마다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셔틀버스는 30분 단위로 운행됩니다(출처: 설악산국립공원). 성수기에는 배차 간격이 더 짧아질 수 있으니 현장에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제 경험상 주말이나 단풍 시즌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여유 있게 도착하시는 걸 권장합니다. 요금은 편도 기준으로 성인 1인당 약 5,000원 정도입니다. 버스로 올라가는 길은 풍경이 무척 멋있었지만,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산세와 계곡 풍경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고 웅장해서, 가능하다면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7km라는 거리를 생각하면 체력과 날씨는 꼭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담사계곡에서 영시암 가는길 단품
백담사계곡에서 영시암 가는길 단품

백담계곡과 영시암

백담사까지 가는 길이 걷기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순해서입니다. 용대리에서 시작해 딱 한 곳의 짧은 오르막만 빼면 거의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백담을  지나 영시암까지 4.4km 구간도 마찬가지로 평지와 다름없는 편안한 길입니다. 두 구간을 합하면 편 11.4km의 짧지 않은 거리지만, 경사도(傾斜度)가 낮아 부담이 적습니다. 경사도란 길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수치로, 낮을수록 평탄하고 걷기 편한 길을 의미합니다. 제가 도착해서 처음 마주한 백담사는 입구부터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다리를 걷다가 왼편을 보니 돌탑이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예쁜 돌들만 골라 하나하나 무너지지 않게 쌓았을까 싶기도 하고, 돌을 올리면서 사람들은 무슨 마음을 담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원일 수도 있고, 인내일 수도 있고, 그저 잠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지나면 내설악의 대표적인 계곡인 수렴동(水簾洞)이 시작됩니다. 수렴은 '물로 만든 발'을 뜻하니 곧 폭포를 말합니다. 수렴동을 끼고 영시암까지는 키 큰 소나무와 전나무가 도열한 구불구불 오솔길입니다. 오솔길을 걸으면 길 폭이 좁아서 숲이 주위를 온통 에워싸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기다 솔바람 소리와 계곡 물소리에다 새소리까지 겹쳐지니, 걷는 게 호사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백담계곡에는 금강담, 농월대, 두타연, 치마바위, 학암, 거북바위 같은 명승이 주르륵 이어집니다. 다만 대부분이 탐방금지구역이라 계곡 안쪽으로 직접 들어서서 볼 수는 없습니다. 시야를 가린 숲 너머로 고개를 빼고 기웃거려 봐도 계곡 안쪽의 경관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자연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이미 가을이 지나가고 있어서 나뭇잎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백담사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화장실도 있었고 매점도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에도 괜찮았습니다. 있을 건 모두 있었습니다. 조금만 덜 추웠다면 더 오래 머물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시암은 담장도 없고 전각의 배치도 헐겁습니다. 그냥 길 위에다 지은 듯한 느낌이랄까. 영시암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인 듯합니다. 설악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은 거개가 여기서 쉬어갑니다. 내려오는 이들은 지친 다리를 쉬고, 올라가는 이들은 여기서 체력을 가늠하거나 장비를 점검합니다.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알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 같은 곳은 아니지만, 산속의 맑은 공기와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천천히 둘러보게 되는 풍경이 참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이제 곧 단풍 시즌이 코앞입니다. 꼭 대청봉까지 가지 않아도 단풍 물든 설악산은 탄성을 부릅니다. 직접 다녀와 보니 백담사 가는 길은 가장 편안하게 설악 단풍을 만나고 올 수 있는 길로 보입니다. 다만 방문할 때는 셔틀버스 이용 방법을 미리 확인하고, 추운 계절에는 옷을 더 따뜻하게 챙겨가면 훨씬 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깐의 방문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곳, 저에게 백담사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wtn359/224104147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