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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하늘숲길 벚꽃 길 사진
남산하늘숲길 벚꽃 길

 

솔직히 저는 남산 하늘숲길이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인 줄 몰랐습니다. 남산이라고 하면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거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이미지만 있었는데, 서울역에서 버스 한 번이면 12분 만에 닿는 무장애 숲길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1.45km 구간에 8개의 전망대와 쉼터가 있어서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고,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숲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접근성과 무장애 숲길 구조

접근성(Accessibility) 측면에서 서울 도심 산책로 중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서 접근성이란 장애인, 노약자, 유모차 이용자 등 이동약자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도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을 때도 휠체어를 탄 분과 유모차를 끄는 가족들이 편하게 걷고 있었습니다. 서울역 4번 출구에서 402번 또는 405번 버스를 타면 남산도서관 정류장까지 12분이 소요됩니다(출처: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소월정원이 하늘숲길의 시작점입니다. 김소월 시비 앞에 서면 '산유화'의 여백이 느껴지는데, 이 정원은 시인의 정서를 공간으로 구현한 테마정원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습니다. 1.45km 구간은 경사도 8% 이하로 설계되어 있어 체력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산책로의 경사도가 10%를 넘으면 휠체어나 유모차 이동이 어려워지는데, 이곳은 그보다 완만해서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데크 폭도 2m 이상 확보되어 있어 사람들이 지나칠 때도 여유로웠습니다. 저는 평소 계단 오르는 걸 힘들어하는 편인데, 여기서는 한 번도 숨이 차지 않았습니다.

무장애 숲길의 핵심은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는 설계입니다. 급경사 구간은 지그재그 데크로 완만하게 풀었고, 계단이 필요한 곳은 옆에 경사로를 함께 만들어뒀습니다. 이런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덕분에 남산 정상까지 체력적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나이,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설계 방식을 뜻합니다. 숲길 곳곳에는 설해 피해목을 재활용한 곤충호텔과 탐험가의 정원 같은 생태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폐상수시설을 활용한 탐험가의 정원은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안내판을 읽고 들어가 보니 나무 그늘 아래 조용히 앉아 쉬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발견들이 걷는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전망대와 체험 후기

가장 큰 매력은 1.45km 구간에 8개의 전망대와 쉼터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각 전망대마다 조망점(Viewpoint)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서 걷는 내내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조망점이란 특정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시점을 말합니다. 노을전망대는 제가 가장 오래 머문 곳입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물 위에서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해 질 무렵에 가면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전망대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아래가 훤히 보여서 처음엔 살짝 무서웠는데, 적응되니 오히려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석양이 질 때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제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바람전망다리와 모험전망다리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입니다. 특히 모험전망다리는 살짝 흔들리는 구조라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 저도 한참 서서 흔들거리며 놀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주변 소나무 사이로 N서울타워가 보이는 각도가 정말 예뻤습니다. 느티나무전망대의 선베드는 예상 밖의 힐링 포인트였습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는 게 보였고, 잠시 눈을 감고 있으니 도심 한가운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도시숲은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효과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출처: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실제로 이곳에 있으니 공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솔빛전망대까지는 65m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360도 펼쳐지는 조망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오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맑은 날엔 관악산과 북한산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제가 방문한 날은 약간 흐려서 남산타워와 시내 전경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벚나무전망대는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있었지만, 봄이 되면 벚꽃 아래에서 낭만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안내판에 '남산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4월쯤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크 구조도 독특했습니다. 일반적인 산책로는 지면과 가까운 높이에 설치되는데, 이곳은 나뭇잎과 눈높이가 맞도록 높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숲의 중간층을 걷는 느낌이었고, 나무 위에 떠 있는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고가 데크(Elevated Deck) 방식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숲 속 깊은 곳까지 접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남산 정상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사진 찍고 쉬면서 걸었기 때문에 실제 소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산할 때는 순환버스인 해치버스(01A, 01B)를 이용했는데, 귀여운 해치 캐릭터로 래핑 된 버스가 금방 눈에 띄었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창밖으로 보이는 남산 풍경이 좋았습니다. 정리하면, 남산 하늘숲길은 서울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무장애 숲길이면서도 8개의 다양한 전망대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소박함과 여백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공간이었습니다. 봄 벚꽃 시즌이나 가을 단풍 시즌에 다시 방문해서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천천히 걷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번엔 노을 시간에 맞춰서 노을전망대에서 석양을 제대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s600105/224186400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