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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광주 충장축제를 그냥 '동네 축제'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거리 전체가 통째로 축제장이 되고, 공연 무대만 네 군데가 동시에 돌아가는 규모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북적임 속에서 우연히 들어간 카페 하나가 이날의 기억을 더 오래 붙잡아두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다시 한번 다녀올 계획입니다.

 

충장로 축제의 장구치는 행려 사진
충장로 축제의 장구치는 행지 사진

70~80년대 레트로 감성

2025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금남로, 충장로, 5·18 민주광장, 예술의 거리 일대에서 열립니다. 올해 축제 주제는 '추억의 동화'로, 사랑·모험·소망·상상이라는 네 가지 감정을 거리 곳곳에 풀어놓는 방식입니다. 축제를 처음 접하는 분들 중에는 "레트로 테마면 중장년층 위주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현장에서 그 선입견이 꽤 빠르게 무너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랜덤댄스 챌린지에 뛰어드는 10대, 바둑·오목 대회에 진지하게 앉은 어르신, 분필 그림 그리기 부스 앞에서 엉덩이를 붙인 아이들까지 세대 구분 없이 섞여 있었습니다. 공연 무대가 여러 곳에 분산된 구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금남로 5가 역 지하상가에서도 공연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건 직접 걸어 다니지 않았다면 몰랐을 부분입니다. 축제 규모를 이야기할 때 흔히 메인 무대 기준으로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골목 하나를 돌 때마다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습니다. 이 축제가 열리는 핵심 공간인 5·18 민주광장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거리 축제가 단순한 오락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공간 위에서 시민들이 모이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충장축제는 2024~2025 문화관광축제(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 지역축제 선발 제도로, 관광 상품성과 지역 정체성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로 선정되었고, 현재는 대한민국 명예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되어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아시아 피너클 어워드에서 베스트 퍼레이드 상을 받고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된 데 이어, 2025년에는 베스트 종합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상까지 수상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도 쌓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축제는 날씨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 저녁부터 비가 쏟아졌고, 다음 날 낮에 다시 충장로를 지나쳤을 때는 공연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야외 중심 구성이라 우천에 취약한 건 아쉬운 지점입니다. 내년에는 실내 또는 우천 대응 프로그램이 좀 더 보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남습니다.

핸드드립 커피와 레브무슈

축제를 한 시간쯤 돌고 나니 발이 먼저 쉬자고 했습니다. 문화전당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레브무슈 카페를 발견한 건 그때였습니다. 파란 간판이 얼핏 카페보다 공방처럼 보였는데, 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커피 향이 "여기 맞다"는 확인을 해줬습니다. 이날 저는 아이스 핸드드립 커피 두 잔과 크림 브륄레를 주문했습니다. 원두는 콜롬비아와 엘살바도르 두 가지였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한 잔씩 내려주시는데, 저울로 정확한 비율을 맞추며 추출하는 과정이 꽤 오래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여기서 핸드드립이란 전동 기계 없이 손으로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바리스타의 속도와 수온 조절이 커피 맛에 직결되는 추출법으로, 같은 원두라도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집니다. 이 집의 경우 추출 비율(커피 분량 대비 물의 양을 뜻하는 브루잉 레시오)을 저울로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브루잉 레시오란 커피 맛의 농도와 바디감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일반적으로 1:15 전후로 조정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두 원두의 차이를 천천히 음미해 보니, 콜롬비아 원두는 견과류처럼 부드럽고 산미가 낮았고, 엘살바도르는 조금 더 밝은 산미와 과실향이 느껴졌습니다. 크림 브륄레는 캐러멜라이제이션(설탕에 열을 가해 갈색으로 변환시키는 조리 과정)이 고르게 되어 있어 표면을 스푼으로 깰 때 바삭한 소리가 제대로 났습니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디저트의 단맛이 커피의 산미와 균형을 맞춰줍니다.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사장님이 테스트 중이라며 두바이 초콜릿을 내주셨습니다.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실처럼 뽑은 반죽을 바삭하게 구운 것)가 들어간 구성인데, 고소함과 달콤함이 교차하는 맛이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조합이었고, 이런 작은 친절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충장축제 방문 시 레브무슈를 고려하신다면 아래 사항을 미리 파악해 두시면 좋습니다.

  • 위치: 문화전당역 도보 3분 거리
  • 좌석 구성: 2인석·4인석·바 좌석 혼합 (소규모 운영)
  • 주차: 매장 앞 유료 주차장 또는 평행주차 가능
  • 축제 기간 주말: 대기 가능성 있으므로 평일 저녁 방문 추천
  • 바 좌석은 커피 추출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나, 조용한 환경 선호 시 창가석 선택이 나을 수 있음

축제와 카페 두 가지 팁

충장축제의 공식 운영 시간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입니다. 낮 시간에 거리를 구경하고, 오후 4~5시쯤 카페에서 쉬다가 야간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보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주말에는 인파가 집중되므로, 축제를 여유 있게 즐기고 싶다면 평일 저녁 방문이 유리합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은 지하철 금남로 4가 역과 금남로 5가 역이 가장 편리합니다. 여기서 금남로 5가 역은 지하상가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이동 동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처럼 갑자기 비가 내릴 경우, 지하상가 쪽 공연은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실 만합니다. 축제 음식도 살펴볼 만합니다. 아시아 컬처 스트리트에서는 베트남 반쎄오, 인도 탄두리치킨, 러시아 샤슬릭, 일본 타코야키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나라 음식을 한 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구성인데, 실제로 걸어보면 먹거리 구역과 공연 구역이 뒤섞여 있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역 거리축제는 방문객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충장로 축제처럼 도심 전체를 활용하는 거리 페스티벌(도로나 광장을 무대로 삼아 별도 입장권 없이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야외 행사 형식)은 입장 장벽이 없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습니다. 거리 페스티벌이란 공연장이나 실내 공간이 아닌 공공 도로와 광장을 주 무대로 활용하는 축제 형태로, 별도 예매 없이 방문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그만큼 날씨 변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함께 따라옵니다. 결국 광주 충장로 축제는 규모나 수상 이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직접 걸어봐야 느껴지는 축제였습니다. 레브무슈 카페에서의 핸드드립 한 잔은 그 경험에 작은 쉼표를 찍어줬습니다. 올해 비 때문에 방문을 포기했거나 아쉬움이 남으신 분들이라면, 내년 10월을 미리 달력에 표시해 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travelohr/22401785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