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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산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 안양 비산동 종합운동장 쪽 관악산 산림욕장을 걸어보고 나서, 솔직히 제 생각이 꽤 크게 바뀌었습니다. 도심 가까운 숲이라고 얕봤던 게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산림욕장 입구 사진
관악산 산림욕장 입구 사진

안양 산행을 결심

올해 초부터 몸을 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아는 지인 남편분이 매일 산에 오르면서 혈압과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게 꽤 오래 마음에 걸렸거든요. 저도 평소 맨발 걷기와 평지 산책은 꾸준히 해왔지만, 경사가 있는 산행은 언제부터인가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짝꿍님이랑 둘이서, 아이들 없이 가볍게 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짝꿍님도 요즘 얼굴 피부염 때문에 건강을 다시 챙겨야겠다 싶었던 차라, 올해 계획 중 하나가 등산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차를 가져가려고 했더니 짝꿍님이 "운동 삼아 걸어가자"라고 해서, 집에서 산림욕장 입구까지 30분을 걸어 들어갔습니다. 솔직히 이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다리가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입구를 넘어 숲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섞인 수림대에서 특유의 짙은 향이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피톤치드(phytoncide)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피톤치드란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항균성 휘발 물질로, 사람이 흡입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어깨가 내려앉고 숨이 길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전망대까지 오르며

산을 오르며 안양 공설운동장 코스는 전망대까지 왕복 약 1.5km 정도입니다. 경사가 완만한 구간이 대부분이라 등산 초보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짝꿍님은 중간 자연학습장 정자에서 쉬겠다고 했고, 저는 혼자 전망대까지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코스 중간에 있는 '쉬어가는 숲' 구간에 잠깐 앉아 눈을 감았습니다. 휴대폰을 꺼내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그날은 굳이 기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잠깐의 정적이 유난히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전망대 직전 계단 구간에서는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짧은 구간인데도 무릎에 집중되는 하중이 확실히 느껴졌거든요. 하산 시 관절 하중은 평지 보행의 3~4배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 말을 그날 무릎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대사당량(MET, Metabolic Equivalent of Task)을 떠올렸습니다. MET란 특정 활동을 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의 강도를 안정 시 기준으로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등산의 MET는 5~8 수준으로, 평지 보행(3~4) 보다 훨씬 높습니다. 즉, 같은 시간을 움직여도 등산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 권장하고 있으며, 등산은 이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는 운동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심장협회). 전망대 팔각정에 도착했을 때는 성취감보다 안도감이 먼저였습니다. 미세먼지 탓에 안양 시내가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꺼내 먹은 쑥 가래떡은 평소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운동 후에 먹는 음식은 정말 다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하산 시 주의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계단 구간에서는 무릎에 하중이 집중되므로 옆으로 디디거나 난간을 잡고 천천히 내려올 것
  • 등산 스틱(트레킹 폴) 사용 시 무릎 부담을 30% 이상 줄일 수 있으므로 적극 추천
  • 하산 후 종아리와 허벅지 스트레칭을 5분 이상 반드시 진행할 것

저는 그날 스틱이 없었고, 결국 예상했던 대로 하산이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조심스러웠습니다. 조만간 친정 오빠에게 스틱을 추천받아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굳어진 하루였습니다.

등산 효과 다음 날 종아리

그날 저녁부터 종아리가 단단하게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조심스러울 정도로 뻐근했습니다. 이게 바로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입니다. DOMS란 운동 후 24~72시간 사이에 나타나는 근육 손상 및 회복 반응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은 근육이 더 강해지기 위해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평지 걷기와 맨발 걷기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자신 있었는데, 경사가 있는 산행은 사용하는 근육군 자체가 다르다는 걸 몸이 솔직하게 알려줬습니다. 제 경험상, 이 뻐근함은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는 신호이지 산행을 멀리해야 한다는 경고가 아닙니다. 산림청 연구에 따르면 30분 이상 산림욕을 실시했을 때 혈중 코르티솔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면역세포인 NK세포(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NK세포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면역 세포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자연환경에 노출될수록 활성화됩니다. 그날 제가 숲에서 느낀 상쾌함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왕복 2시간이 조금 넘는 산행이었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개운해지는 건 확실히 느꼈습니다. 맨발 걷기와 등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기보다는 계절에 맞게 둘 다 이어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멀리 떠날 이유도, 대단한 준비도 필요 없습니다. 물 한 병, 간단한 간식, 가능하면 등산 스틱 하나.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관악산 산림욕장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줍니다. 다음 날 종아리가 뻐근하게 기억해 준다면, 그건 잘 다녀왔다는 뜻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건강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malrang2209/224185426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