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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들이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전등사는 집 앞마당처럼 찾던 곳이었습니다. 수험생 시절엔 대법당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합격을 빌며 절을 올렸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런데 오랜만에 방문했더니 천연염색 체험장과 세련된 찻집이 생겨서 예전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아졌더군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쩍 늘어난 걸 보니 전등사가 더 널리 알려진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날의 투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주차장 팁

전등사 남문 옆에 마련된 주차장은 소형차 기준 3,000원, 대형차 8,000원이며, 입구 식당을 이용하면 주차비를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평일 오후 5시쯤 도착했는데 주차 관리하시는 분이 안 계셔서 무료로 주차하고 들어갔습니다.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요. 여기서 '경내(境內)'란 사찰이나 신사의 경계 안쪽 영역을 뜻하는 불교 용어입니다. 길을 걸으며 방문객들이 쌓아놓은 소원 돌탑과 작은 계곡 물줄기, 수국 같은 계절 꽃들이 눈에 들어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조카가 민들레 홀씨를 후후 불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 정말 좋은 코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려동물도 동의서 작성 후 입장 가능하다고 하니, 반려견과 함께 나들이 오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문화 관광 해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각 종루 옆 느티나무 앞에서 시작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등사를 둘러싼 삼랑성(정족산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산성으로,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했습니다(출처: 문화재청). 여기서 '산성(山城)'이란 산의 지형을 이용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곽을 말하는데요. 삼랑성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서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도 여러 곳 있어서, 해질 무렵 방문하시면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전등사 전경사진
전등사 전경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381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존하는 한국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합니다. 처음에는 '진종사(眞宗寺)'라는 이름이었다가, 고려 고종 때 송나라에서 들여온 대장경을 이곳에 보관하면서 '법의 등불을 전한다'는 의미의 '전등사(傳燈寺)'로 개칭되었습니다. 여기서 '대장경(大藏經)'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불교 경전 전체를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1678년 숙종 4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로 지정되면서 왕실의 각별한 보호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사고란 역사 기록을 보관하는 창고를 뜻하며, 전등사는 조선시대 네 곳의 사고 중 한 곳이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덕분에 전등사는 다른 사찰에 비해 유난히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웅보전은 1963년 보물 제178호로 지정된 조선 중기 건축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결구가 단정하고 조각 장식이 정교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대웅보전 처마 밑에는 '나녀상(裸女像)'이라 불리는 벗은 여인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사찰 건축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요소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절을 짓던 목수가 점심을 제때 가져다주지 않은 며느리를 골탕 먹이려고 새긴 것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불교의 '탐욕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담은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천장에는 물고기가 양각되어 있어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가족나들이와 프로그램 정보

전등사 템플스테이는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뉘는데, 체험형에는 새벽 예불, 참선수행, 발우공양, 다도, 사찰 순례, 울력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발우공양(鉢盂供養)'이란 스님들이 사용하는 식기인 발우에 음식을 담아 먹는 전통 공양 의식을 말하며, 음식을 남기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수행법입니다. 저희가 평일 저녁에 방문했을 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스님을 따라 산책하는 모습을 봤는데, 스님께서 범종을 치시는 장면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조명가게'에서 주인공들이 북을 귀에 대고 데이트하던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니, 드라마 팬들이라면 더욱 반가우실 것 같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전등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1박 2일 프로그램이 기본입니다. 일반적으로 템플스테이라고 하면 엄격하고 불편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로 참가해 보신 분들 후기를 보면 생각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도 예전에 다른 사찰에서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개인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시간이 정말 소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등사는 특히 삼랑성 성곽길과 연결되어 있어서 산책 코스가 더욱 풍성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등사는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봄에는 벚꽃과 목련이 경내를 가득 채우고, 여름에는 수국과 능소화가 담장을 따라 피어납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 삼랑성 성곽길이 장관을 이루며, 겨울에는 눈 덮인 대웅보전의 고즈넉한 모습이 일품입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특히 소나무 숲길을 좋아하셔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산책하시는 걸 즐기십니다. 경내 곳곳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도 전등사만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사찰을 지키는 귀여운 지킴이들이 여유롭게 누워 있거나 방문객들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조카는 약수터에서 고사리 손으로 물을 받아 세수하며 신나게 놀았는데,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함께하는 이런 소소한 경험이 더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전등사 방문 시 꼭 챙겨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편안한 복장: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걸어야 하므로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 여분의 옷: 산사 특성상 여름에도 선선한 기운이 있어 얇은 겉옷이 필요합니다
  • 국가 유산 방문자 여권: 스탬프를 찍을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 충분한 물: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갈증이 날 수 있으니 생수를 챙기세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여행 중 사찰 여행을 선호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코로나19 이후 힐링과 휴식을 찾는 여행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전통 사찰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화도를 방문하신다면 강화 성당의 독특한 한옥 성당 건축을 먼저 감상하시고, 전등사에서 고요하게 경내를 한 바퀴 돌며 마음을 정리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저희 가족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꾸준히 방문하면, 자녀들이 자라면서도 소중한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것입니다. 화려하게 변화한 모습 속에서도 여전히 묵직한 위로를 주는 전등사에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hn_bong/223917559477